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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태극 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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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팔괘는 반드시 외워두어야 합니다. 그 까닭은 제가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음양관이 조금 낯설다 하더라도 8괘를 일단 외운 상태에서 서로 연결이 되는 어떤
상황을 추론시키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연결시키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다
하더라도 한 번 잘 생각해 보시면 "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구나", "연구자료로써
제공할 정도는 되는구나"하고 인정하시리라 믿습니다. "의학입문" 서문에 '주역을
배운 뒤에라야 가히 의학을 말할 수 있다'고 했으니 의학을 이야기하기 전에 주역을
먼저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음양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태극에서 음 양으로 나뉘고 다시 태음, 소양, 소음, 태양으로 나뉘어 집니다.
음에서는 태음과 소양이 나뉘고, 양에서는 소음과 태양이 나뉘어져 나갑니다. 양은
기본적으로 길다랗게 한 개의 선으로 표시하고 음은 가운데가 빈 선으로
표시합니다. 그런데 태극에는 형상이 없습니다. 태극의 상태란 무엇을 상징한
것인가? 음양분리 이전의 상태, 즉 우리 마음의 상태이므로 형상으로 표시할 수
없습니다. 태극 이전을 무극(태극이전의 상태를 가르키는 말)이라 하면 무극이전은
무엇이겠습니까? 이 모든 것을 다 근본이라고 한다면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가
없겠으나 그래도 상징적으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하나는 양이 나가게 됨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또 한 번 변화를 하여 양괘가 하나
더 겹쳐 있는 것을 태양이라고 합니다. 즉 괘상으로는 이렇게 두 번 변화한 것을
태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양괘를 기본으로 두고 음괘가 위로 올라가
있는 것을 소음이라 이름하며, 음괘가 두 개 겹쳐 있는 것을 태음이라 하고,
음괘를 기본으로 하고 양괘가 있는 것을 소양이라고 합니다(참고:괘상의 태양 소양
소음 태음은 경락학에서의 그것과 전혀 별개의 것입니다).
동무 이제마 선생의 태양인, 소음인, 소양인, 태음인 등 4가지 분류에 의한
'사상의학'이 탄생한 기본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사상이라고 하는 것은 일생 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 어떤 본질 같은 것, 선천적인 것을 뜻합니다.
또 하나, 제가 사암침법강좌를 이끌어가는 기본 이론의 근본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8괘입니다. 양괘가 연달아 세 개 겹치고 음과 양이 다시 분리가 되고, 그리고 양괘가
아래에 두 개, 음괘가 위로 하나 이런 식으로 변한 것을 8괘까지 변화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8괘는 각각 곱해져서 64괘가 되는데 이건 매우 어렵습니다.
"사암침법"을 보면 족소음신경을 보하면 허리가 낫는다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요통문에 보면 수양명대장경이 요통을 고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 생각에
대장이란 수분을 흡수하는 것 쯤으로 밖에 더 생각을 하겠어요? 또 여자들 경도불순에
수태양소장경을 쓰라고 하는 데에는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듯 아찔 할 것입니다.
사암침법의 어려움은, '허한 것은 보해 주고 실한 것은 깎아주면 된다'는 사암침법의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진단법 상의 어려움을 일컫는 말입니다. 제가 이
강의를 시작할 때 책을 구하려고 행림서원에 갔더니 사암침법 책이 절판이 되었다나요
이유를 물으니 어려워서 책이 팔리지를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의학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권씩은 다 갖고 있는 이 사암침법 책이 왜 먼지
구덩이 속에 머물러 있었겠습니까? 이까짓 60혈을 가지고 '허즉보기모 실즉사기자'
원칙에 따라 하자면 머리 좋은 사람은 하루면 끝낼 겁니다.
아무튼 여러분 우선 60혈은 다 외워야 합니다. 그런 다음 60혈을 가지고 곱하기
나누기 하는 것은 별로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수양명대장경을 보하는데 어떻게 허리가 나을 수 있느냐"는 겁니다. 또
장궁노현(머리가 땅에 닿을듯이 등이 굽는 증세)에 수태음폐경을 쓰라고 했거든요.
폐는 호흡기인데 어떻게 그런 경우에 쓸 수가 있을까요?
사암침법이 어렵다는 이유는 바로 진단법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진단법! 사암도인이
어째서 그걸 썼는지 진단상의 이해가 가지 않으면 사암침법의 집침법자체가 우습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아무 것도 모르고 썼는데도 기가 막히게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대전에서 개업을 하고 있었는데 아주 멋있는 곳에 간호원을 4명 씩이나 두고
종합한방병원의 꿈을 꾸고 있었지요. 갓 졸업한 사람이, 그것도 졸업한 해에 간호원을
넷 씩이나 두고 했으니 아주 어린 나이에 시작한 셈이지요. 그런데 요즘 말로 척추
디스크라는 환자가 왔어요(아참! 척추 디스크라는 말이 나왔으니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 한의사들은 양방병명으로부터 자유로와져야 합니다).
그 환자의 요통이 잘 낫지 않아서 답답하던 차에 사암침법 책을 펴 보게 되었어오.
'척추나 근골이 끊어지게 아플 때에는 수양명대장경을 써라' 이렇게 써 있더군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수양명대장경의 보사법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아주 가는
일본 침을 대롱에 넣고 쿡 찔러 놓고는 보사를 한다고 튕기기도하고 좌삼삼, 우삼삼
돌려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대충 했는데도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정말 사흘만에 걸어다니더라구요.
그래서 '아하! 여기에 확실히 무엇이 있는가 보다'하고 그 다음부터는 허리만 아프다
하면 수양명장경을 썼는데 하나도 낫질 않더군요. 그것 참 이상하데요.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사암도인이 스님이었으니 스님노릇하면 가르쳐 주나 보다 하고 얼른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아주 행동파였거든요. 일전에 제가 요통환자를 낫게
한것은 소가 뒷걸음 치다가 쥐 잡은 격이었지요.
그런데 사암도인이 쓴 사암침법의 이론이란 것이 어찌된건지 읽으면 읽을수록 혼란
뿐이었어요(여기 본과 3, 4학년 되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한국의 한의학계에 있는
사람들중에 사암침법 책 안 읽어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몇 장 넘기지 않아서
정지가 됩니다. 예를 들면, 위장병에 족태음비경을 쓰는 것은 이해가 가고, 호흡에
이상이 있을 때 수태음폐경을 씀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일치 되므로 이해가
가는데, 여자월경불순에 수태양소양경을 쓰거든요. 바로 이 부분에서 딜레머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신장과 소장의 예를 들어봅시다. 신장의 양방적인 사고방식은 소변을 걸러내고,
어쩌고 하지만 우리 한방에서는 오행상 수라고 6년내내 가르칩니다. 그렇죠?
여러분들이 사암침법의 신을 보하는 침을 배웠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경거, 복류를
보하고 태백, 태계를 사하면 신경을 보하게 되는 것인데, 신경을 보함은 몸이 찬
사람에게 써야 될까요? 몸이 더운 사람에게 써야 될까요. 아하! 신장은 오행으로 보면
수니까 당연히 건조한 사람, 몸이 더운 사람, 소위 열성병에 써야 되겠구나! (이거
외우면 큰일 납니다. 뭔가 모순을 제기하기 위한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신경락을
보함은 열성병에 써야 합니다. 그렇지요?
일반적으로 소장경을 보한다고 하는 것은 소장 자체가 오행상 화니까 거꾸로
이야기하면 한병에 써야 하겠죠? 그러나 오행상의 성립 논리만으로 상황판단을 하려고
하니까 혼란에 빠지고 마는 것입니다. 가령, 여자들 월경불순에 '소장정격을 써라'
라고 했는데 뚱뚱하거나 말랐거나 간에 하여간 몸이 찬 사람에게 쓰게 됩니다. 그런데
도대체 소장경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저 그 사람 몸을 좀 더웁게 하자는
것 입니까? 신장을 보한다면 몸에 물을 넣어주자는 것입니까? 그러한 단순한 오행적인
관점만 갖고는 사암침법 책 몇 페이지도 읽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행적인 관점 외에 육경이라는 것을 대입시켜 풀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외기를 일컫는 육기즉 풍 한 서 습 조 화는 나중에 대비시켜서 풀도록하고 먼저 육경
부터 풀어 나가겠습니다).
인체 경락에서는 궐음,소음,태음,소양,양명,태양이라는 육경이 있는데 그 육경 중
신장은 무슨 경락이 될까요? 본과 1학년 이상은 이 육경을 배울 것입니다. 그것은
족소음 입니다. 여기서 일단 족이라는 말을 빼면 소음이라는 말은 풍 한 서 습 조 화
육기상 무엇이라고 부릅니까? 소음은 군화라고 하지요. 또 소장은 무슨 경락에
해당합니까? 예과생은 아직 잘 모르시겠지만 소장은 수태양소장경이라고 합니다.
이때의 태양은 육기상 한수에 속하지요. 출석카드의 태양조를 한수조라고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족소음신경을 예로 들어봅시다. 신은 오행상 수이고, 경락상 소음은 군화인데
어떻게 수와 화가 한 경락 안에 공존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족소음신경을 보한다고
했을 때 경락을 보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각 경락의 이름이 붙어 있는 육경(궐음,
소음,태음,소양,양명,태양)의 육기적 지식없이 그저 오행적인 지식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선 육기적인 차원, 육경적인 차원을 깊이
공부해 보자는 것입니다.
오행을 중요하게 여기면, 소장경은 몸이 찬 사람에게 써야 될 것(오행상 소장은
화이니까)이나 수태양소장경에서 만약 태양한수라는 말을 중요시 한다면 소장경은
몸이 더운 사람에게 써야 될 것 같은데, 소음군화로 본다면 신경은 몸이 찬 사람에게
써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오행적인 관점만 일으키고 육기적인 관점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신이라는 개념은 오장육부적인 관점 즉 오행적인 관점과, 육기적이고
육경적인 관점과 상호 교차점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는
여러분들이 주로 오행적인 관점으로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오행적인 관점에는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강의를 일컬어 어떤 교수는 "그것 별거 아니야
육기강의야! 그 사람 육기파야!"라고 합니다. 어떻게 우리 한방에 오행파와 육기파가
존재할 수 있습니까? "황제내경" 오운육기편에 보면, '오행은 형의 성쇠를 의미하고
육기는 기의 다소를 일컫는다'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면 오행적으로 보는 것과
육기적으로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사실 같은 것도 아니고 또한 다른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여기에 컵이 있고 물이 있다고 합시다. 컵은 물을 담기 위한 용기이지요.
하나는 그릇이고 하나는 내용물인 질입니다. 잘 들으세요. 지금 여러분의 음양관과
사고에 혼란이 오게 될른지 모르니까 일단 의문을 제기해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용기를 표기하려면, 이 유리컵이라고 가정한 것을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목,화,토,
금,수 오행 중 무엇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 토에 가깝습니까? 아니면 금에
가깝습니까? 그러나 이러한 것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니 그냥 토라고 합시다. 그러면
물론 내용물은 수이겠지요? 그런데 컵안에 담긴 질을 설명하기 위해서 질을 담고 있는
컵을 토라 하고, 질을 수라고 한다면 이것을 올바르게 표현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할 수 없이 '컵에 담겨진 물이다'라는 복합적인 표현이 되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용물인 질인 것입니다. 족소음신의 경우 '지금까지는
오행적인 이해만을 해 왔으며 소음이라고 하는 어떤 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지
않았나'하는 것이 저의 첫번째 의문이었습니다.
'족소음신을 보한다' 몸을 더웁게 한다고 하면, 소음군화로써 더웁게 하는데,
여러분들은 "신은 오행상 수인데 그게 가능할까? 이건 말도 안돼" 그러시겠지요. 또
수태양소장경도 같은 식이라고 앞에서 설명했었지요. 이리하여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 우리네 학문풍토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육기파도, 오운육기파도 아닙니다. 그냥 동의학자 내지는 동의학도일
따름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법론의 접근에 있어서 너무 오운 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에 저는 육경적인 것을 설명하는데 거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음양관 중에 '가벼운 것은 양이고 무거운 것은 음, 하늘은 양,
땅은 음이다'라는 것이 있지요. 여기에 지구가 있고 가운데 축이 있다고 합시다. 축을
중심으로 지구가 도니까 자연히 바람이 일기 시작하지요. 여러분이 지구본을 놓고
돌릴 때 세게 돌리면 바람이 많이 일므로 대기권이 많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살살
돌리면 대기권이 조금 생기구요. 그러니까 '비인다중풍'이라. 뚱뚱한 사람은 조금만
움직여도 바람이 많이 일게 되므로 중풍이 많은 것입니다.
지구 가운데를 화로 보고(뜨겁고 더우므로), 양극은 차니까 수로 보고, 지구체를
금, 대기권의 바람을 목(풍목이므로)으로 보았으나, 중앙 토는 제가 빼버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비를 시키면 입체감각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음양관을 평면적으로
이해하던 사람이 입체적으로 이해하기란 다른 차원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점을 0차원이라 한다면 직선은 1차원, 전후좌우가 있는 평면은 2차원, 벽이 생겨서
입체가 된다면 3차원이 되겠지요. 오로지 지상(2차원세계)을 기어다니가만 하는
동물이 있다고 할 때, 공중(3차원세계)의 새가 날아와서 부리로 쪼았다고 한다면,
이 동물로서는 전후좌우 아무리 둘러봐도 무엇이 그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4차원의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면 3차원의 사람들은 그것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그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보면, 4차원의 세계란 3차원의 세계에 속도가 가미된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가장 고차적인 동양철학을 기본으로 한 우리 한방이 혹시 그런 정도의
세계가 아닐런지요?
그러므로 우선 여러분들의 평면적인 사고방식을 입체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북방을 수라고 하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하겠습니까? 찬물이 많고, 춥고, 무얼 장하는
성질이 있는 곳을 북방이라 한다면, 북방은 남극, 북극 양 쪽에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이다"라고 이야기하는데, 하늘은 뭔가 가벼워
보이니까 양이라 하고, 땅은 무거워 보여서 음이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원심력을 이야기 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돌을 실에 묶어서 돌릴 때 무거운 것(돌) 일수록 바깥으로 나가고자 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지구의 자전하는 특성 때문에 소위 오존층이 지구보다 훨씬 무거울지도
모를 일입니다...이것은 금오의 역설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지구보다 대기권 부분이
더 무겁다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경 중을 여러분들은 그저 막연하게 형이상학적으로,
육안적(너무나 신빙성이 없는 인간의 눈)으로 가늠하겠지만 실제 질량으로 따져본다면
제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어떤 관점에서 보았느냐 하는 것에 촛점을 맞출
일이지 막연한 음양관을 갖고 이건 음이고 저건 양이다 라고 딱 잘라 단정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옛날에 우리에게 주역을 가르쳐주셨던 선생님께서 "하늘은 음, 땅은 양"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우리가 반문하자 "형이상학적으로만 생각지 말고 한의학적으로 생각을 해
보라"하시더군요. 그래서 학생들이 "하늘은 따뜻하고 땅은 하늘보다 더 찬데요"라고
하자"그건 지금 우리가 숨쉬고 있는 요 상황에서만 그렇지 만일 태양이 지구를 덥게
했을 때 높은 산에 올라가면 낮은 곳보다 태양열을 많이 받으니까 더 뜨거워져야 되지
않은가? 그런데 높은 산에 오를수록 더 추워지거든. 그러니까 실제로 한열상 하늘은
춥고 땅은 덥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따라서 음양이라는 것은 편의상 갈라 놓은 것인만큼
천으로 나누든 만으로 나누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므로 어떤 기준을 갖고 나누었느냐
하는 관점을 날카롭게 주시해야 합니다. 같은 물이라 하더라도 수증기처럼 된 물은
양적이라 할 수 있지만 드라이 아이스같이 냉각되어 있고 기화되는 것은 한열적인
차원에서 음이 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육안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도 운동성이
가미되었을 때의 공간적 차원을 상상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치병적 차원에서의 신장은
육기적, 육경적 차원에서는 질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질이라는 것이
유리컵에 담긴 물처럼 기라는 차원과 아주 분리가 된다면 좋은데,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내용물을 좀더 중요시 여기면서, 용기(=기)와 내용물(=질)을 마치
유리컵에 물을 부었다가 따를 수 있는 것 처럼 설명을 했지만 우리 인체라는 것은
이렇게 기와 질로 분리시킬 수가 없습니다. 만약 우리 인체를 기와 질로 분리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알기 쉽겠습니까. 그러므로 족소음신이라 할 때, 소음군화와 신수의
어떤 복합체에 대한 개념, 이 복합체에의 접근방법을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공부하셔야
합니다.
나누어질 수 있는 기준을 정하는 즉시 음양분리가 되는 것이지 기준이 없으면
음양도 없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장기론은 무형학적인
기질론과 유형학적인 기로 구분됩니다. 따라서 오행이라는 것은 형의 성쇠이고,
육기라는 것은 기의 다소인 것입니다. "그리고 우린 인체가 형과 기의 복합체라고
한다면 기학적인 면은 왜 여태까지 공부를 안했느냐 하면 경락학 시간에 마치
양방학적으로 무슨 병에는 무슨 혈, 무슨 병에는 무슨 탕 이런식으로 외우게만
가르쳤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족소음신경에 어떤 기운이 흘러 들어간다고 일러주면 족소음신경 자체의 기운을
이해하게 되고, 그 기운을 이해하게 되면 그 기운을 보했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지 않겠어요? 또 족태양방광경에 흐르고 있는 에너지 전체를
이해하면, 방광경이 가진 에너지를 물이라(태양한수이므로)가정할 때 그 물은 어떤
부분에 가서는 수증기처럼 되기 쉬운 상태도 있고, 어느 부분에 가면 맑은 바닷물과
같은 상태도 있을 것이고, 혹은 강물, 혹은 빗물과 같은 상태가 될 수 있을 것이나,
물이라는 본래의 속성은 유지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경락 안에 흐르고 있는 에너지가 무엇인가를 일러준다면 경락학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아니겠어요. 그러면 왜 그런 강좌가 없느냐? 그것은 바로
강좌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왜 어려운가? 문자로 전달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락학이란 것은 우리 인체내에 흐르는 미묘한 기운이므로 관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내용을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 강의는 음양관, 오행관, 육기관을 공부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육경강의가
중요한 골자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이 제 강의를 이해하시기에 다소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선 일단은 섭수를 하시고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면
활용하는 차원이 훨씬 넓어질 것입니다. 제게서 공부를 하고 가신 분들 중에는
"선생님께서 여기까지 생각하신 것은 좋은데 이것이 좀 아쉽지 않습니까?"라고 할 정
도로 연구를 많이 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처음 얘기와 같이 한 3% 정도,
즉 비유를 하자면 '문을 살며시 열어 보니까 기화요초가 만발하더라. 들어가서 꽃을
따기에는 힘이 겨워 문을 다 열지 못했고, 결국 들여다보기만 했는데 좋기는 참으로
좋더라'라는 정도만 알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의 요점은 경락의 내용물이지 신이나 간 등의 장부론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
아닙니다. 즉 신이 아니고 족소음경이며, 간이 아니고 족궐음경이라는 말입니다.
경락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지닌 어떤 한 생각의 통로이다'라는 전제조건 하에서
출발한다면 각 육경의 생각이 무엇인가를 추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바로 이것이 증거를 드리고자 주역팔괘, 음담패설 또는 제가 엉터리로 꾸민 육장
육부이야기 등을 등장시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것이 어떤 이론으로 굳어버리기 전에
그러한 우리의 심리적인 상황 전체를 이해 한다면 여러분들이 실질적으로 장부를 이해
하는데 굉장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